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종교는 하느님에게 이르는 길"이라는 발언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발언은 가톨릭 신도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의문을 자아내며, 현대의 다원주의적 태도를 비판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종교 슈퍼마켓’이란 개념은 개인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종교적 요소를 선택하거나, 여러 종교의 요소를 혼합하여 개인의 필요에 맞춘 ‘신앙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을 지칭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종교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종교적 신념의 깊이와 철학을 상품화하여 각 종교가 지닌 독자적 가치를 무색하게 만듭니다. 교황의 발언은 이러한 '종교 슈퍼마켓' 개념을 반영하며, 모든 종교를 단순한 선택지로 취급하는 위험한 사고방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께 이르는 유일한 길로 간주되며, 이는 수천 년간 가톨릭의 중심 교리를 지탱해온 핵심 요소입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은 이 신념을 모호하게 만들고, 종교의 진리가 상대적이며 유연하다는 신호를 발산합니다. 조셉 스트릭랜드 주교가 지적했듯이, 이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교리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신앙은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선택이 아니며, 각 종교는 확고한 철학과 진리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단순히 하나의 길로 치부하는 것은 신앙의 깊이를 잃게 만듭니다.
종교 슈퍼마켓화는 가톨릭 교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각 종교가 지닌 독자적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모든 종교가 무한히 대체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와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도 이 발언은 종교 간 갈등을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종교 간 대화’와 ‘종교 슈퍼마켓화’는 명백히 구별되어야 합니다. 전자는 종교 간의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하여, 각 종교의 철학과 진리를 인정하며 대화하는 것입니다. 반면 후자는 종교의 본질을 손쉽게 선택하고 조합할 수 있는 상업적 개념으로 전락시키며, 종교의 진정한 가르침을 손상시킵니다.
신앙은 절대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가치이며, 사회적 유행이나 개인의 기호에 맞추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교황의 발언은 경전의 엄숙한 진리를 상대적인 해석으로 변모시켜, 신앙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종교가 지닌 무게와 신성성을 희석하며, 궁극적으로 신앙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종교 지도자는 절대적 진리의 가치를 지키고, 신앙을 진리와 신뢰의 기반 위에 두어야 합니다. 신앙의 진리를 흔들 수 있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신자들에게 영적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종교를 단순한 ‘선택지’로 전락시키는 위험을 초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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